[서울 아이와 가볼만한곳] 서울시령미술관 유영국전 후기: 아이와 꼭 다시 가고 싶은 추상화 맛집
안녕하세요, 아이들의 일상에 다채로운 색채와 인문학적 시선을 더해주는 주주맘입니다.
얼마 전 정동길을 걷다 발걸음이 닿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주 특별한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거장인 유영국 화백의 탄생 110주년 기념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입니다.
혼자 조용히 유물 같은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니,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아, 여긴 우리 아이들 손잡고 꼭 다시 와야겠다!'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더라고요. 흔히 '추상화'라고 하면 어른들도 어렵게 느끼기 마련이지만, 오히려 고정관념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전시보다 재미있는 놀이터가 될 수 있거든요.
오늘은 먼저 다녀온 엄마의 시선으로 정리한 생생한 전시 정보와 함께, 두 번째 방문 때 아이들과 나눌 '역사적 배경' 및 '엄마표 미술 인문학 가이드'를 아낌없이 공유해 드립니다.
1.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6년 5월 19일(화) ~ 10월 25일(일)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
관람료: 무료 (이 엄청난 거장의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이 무료라니, 안 갈 이유가 없겠죠?)
전시 특징: 미공개작을 포함해 회화, 부조, 드로잉 등 무려 170여 점이 총망라된 역대급 규모입니다. 특히 연대기 순이 아니라 1964년을 기점으로 시간이 과거로 갔다가 다시 미래로 흐르는 독특한 시간 여행 구조로 기획되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2. 깊이를 더하는 역사 돋보기: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 속 유영국
유영국 화백의 그림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그가 살아낸 조선의 아픔과 대한민국의 격동기라는 역사적 배경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고 그림을 보게 하면 유리에 비친 색채들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올 거예요.
일제강점기, 낯선 땅에서 피워낸 추상미술: 191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난 유영국은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절에 청년기를 보냈습니다. 일본 도쿄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 그는 눈에 보이는 사물을 그대로 그리는 대신 선과 면, 색 자체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추상미술'을 접하고 한국인 최초로 이 거친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라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자신만의 예술적 자유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죠.
6·25 전쟁의 소용돌이와 생계 투쟁: 고국으로 돌아온 그를 맞이한 것은 잔인한 전쟁이었습니다. 전쟁통에 붓을 잡을 수 없었던 화가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향 울진에서 어선을 몰아 고기를 잡고, 양조장을 경영하며 직접 술을 빚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된 노동 속에서도 밤마다 틈틈이 그림을 그리며 예술에 대한 열정의 끈을 단 한 순간도 놓지 않았습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을 그리다: 전쟁이 끝난 후,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 속에서 유영국 화백이 다시 마주한 것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산'이었습니다. 절망적인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그는 어둡고 우울한 그림 대신, 눈이 시리도록 강렬하고 아름다운 원색으로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을 캔버스에 채워 넣었습니다.
시대의 폭풍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지켜낸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훌륭한 역사적 귀감이 되어줍니다.
3. 엄마표 미술 인문학: 아이와 추상화를 감상하는 3가지 눈높이 방법
"엄마, 이게 뭐야? 뭘 그린 거야?" 아이들과 미술관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유영국 화백의 격동적인 삶의 이야기를 들은 후, 점·선·면·색으로만 가득 찬 작품들 앞에서 이 3가지 꿀팁을 활용해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세요.
① "여기서 '산'을 한번 찾아볼까?" (보물찾기 놀이)
유영국 화백의 작품에는 평생에 걸쳐 '산'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초록색 나무가 우거진 산의 모습이 아니에요. 세모, 네모, 날카로운 선과 강렬한 빨강, 파랑의 면으로 이루어져 있죠. 아이에게 "이 그림 속에서 작가님이 숨겨놓은 세모 모양 산은 어디 있을까? 저 선은 산의 어디를 표현한 걸까?" 하며 보물찾기 하듯 접근해 보세요. 직선과 곡선, 기하학적 도형 속에서 자신만의 산을 찾아내며 아이들의 시각 인지 능력이 쑥쑥 자라납니다.
② "말이 없는 대신 색깔로 이야기하는 거래" (스토리텔링)
유영국 화백은 평생 과묵하고 말이 없는 성격으로 유명하셨다고 해요. 왜 추상화를 그리냐는 질문에 "말이 없어서 좋다"라고 답하셨을 정도였죠. 아이에게 "주주야, 작가님은 말 대신 이 강렬한 빨간색과 깊은 파란색으로 마음을 표현하셨대. 이 그림을 보니까 어떤 기분이 들어? 따뜻해? 아니면 시원해?" 하고 질문을 던져보세요.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색채가 주는 순수한 에너지와 감정을 오롯이 느껴보는 귀한 경험이 됩니다.
③ 믹서기와 맷돌처럼, 디지털 시대에 만나는 '진짜 붓터치'
스마트폰 화면이나 AI가 그린 매끄러운 디지털 그림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유영국 화백이 캔버스 위에 고집스럽게 쌓아 올린 되직한 유화의 질감(마티에르)을 직접 눈으로 보게 해주는 것은 엄청난 감각적 자극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물감이 겹겹이 칠해진 거친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거든요. 손으로 직접 만지는 것 못지않은 '시각적 오감 체험'이 되어줍니다.
4. 주주맘이 추천하는 미술관 연계 정동길 나들이 코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주변 정동길과 정취를 같이 하고 있어서 아이들과 하루 나들이 코스를 짜기에 최적의 위치에 있습니다.
미술관 앞마당 산책: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덕수궁 돌담길 언덕과 마당의 멋진 보호수들은 그 자체로 쉼터가 됩니다.
정동길 역사 투어: 전시를 보고 나와 정동길을 걸으며 대한제국의 역사가 숨 쉬는 정동교회, 중명전 등을 가볍게 둘러보세요.
맛있는 마무리는 필수: 근처 맛있는 와플이나 베이커리 카페에 앉아, 아이가 전시관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원픽(One-pick) 그림'을 수첩에 색연필로 직접 그려보는 독후(관람후) 활동을 추천합니다.
5. 결론: 올여름, 아이의 마음에 '크고 깊은 산' 하나를 선물해 주세요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채우고 폰 화면 속 자극적인 영상이 넘쳐나는 오늘날, 일제강점기와 전쟁이라는 모진 역사 속에서도 점과 선과 면, 그리고 정직한 색채만으로 평생 자기만의 '산'을 묵묵히 그려낸 거장의 예술은 아이들에게 깊은 정서적 안정감과 단단한 생명력을 전해줄 것입니다.
전시가 10월 25일까지로 넉넉하게 열리니, 이번 주말이나 다가오는 여름방학에 아이들 손을 잡고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영혼의 색채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도 조만간 아이들과 함께 재방문해서, 아이들의 눈은 어떤 '산'을 찾아낼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오려 합니다. 이상, 아이와 함께 문화 예술로 성장하는 주주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