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아이와 영등포구 역사 여행 시리즈] 08.선유도공원, 신선이 노니던 선유봉은 어디로 갔을까? 상처 입은 정수장에서 피어난 초록빛 위로
안녕하세요! 아이의 눈높이에서 공간의 숨결을 기록하는 주주맘입니다.
[초등 아이와 영등포구 역사 여행 시리즈] 07. 도시화로 탄생한 아파트 문화, 그 중심에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다시 바라보다.
지난번 여의도 시범아파트 여행에서 좁은 서울 땅에 인구가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수직 도시(아파트)'의 역사를 함께 살펴보았지요. 이번에는 양화대교 중간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초록빛 가득한 섬, '선유도공원'으로 떠나볼 차례입니다.
지금은 물을 사랑하는 식물들과 시민들의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생태 공원이지만, 이곳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거대한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답니다. 오늘 여행의 시작은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얘들아, 옛날 옛적 이곳에는 신선들이 내려와 춤을 추며 놀던 아름다운 바위산, '선유봉(仙遊峰)'이 있었대. 그런데 그 멋진 봉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이렇게 납작한 섬만 남은 걸까?"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누가 깎아 먹었나? 아니면 힘센 거인이 들고 가 버린 거예요?" 하고 저마다의 상상력을 발휘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지금 평화롭게 발을 딛고 서 있는 선유도공원의 납작한 땅속에는, 부수고 깎아내서라도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했던 대한민국 산업화와 도시화의 치열한 흔적이 고스란히 묻혀 있습니다. 신선이 노니던 아름다운 바위산 선유봉이 왜 거대한 도심 속 섬이 되었는지, 그 흥미진진한 타임머신 여행을 지금 시작합니다!
1. 사라진 봉우리: "서울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바치다"
조선 시대 최고의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할 만큼, 선유봉은 한강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바위산이었습니다. 빼어난 풍경 덕분에 '신선이 노닐던 봉우리'라는 이름까지 얻었지요. 하지만 이 아름다운 바위산은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큰 운명의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한강의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여의도 비행장을 만들면서 선유봉의 단단한 바위를 깎아 돌을 캐내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초등 아이와 영등포구 역사 여행 시리즈] 06. 여의도 증권가 탐방, 비행기 활주로에서 경제의 심장이 되기까지
결정적으로 1960년대와 70년대, 서울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양화대교)을 닦고 한강을 정비하기 위해 대규모로 돌을 채굴하게 됩니다. "더 멋진 도시 서울을 만들어야 하니, 선유봉의 돌이 필요해!"라며 밤낮으로 바위를 깨뜨린 결과, 그 높고 아름답던 바위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금처럼 한강 위에 납작하게 가라앉은 '섬'의 형태만 남게 되었습니다. 도시를 짓기 위해 자연의 한 조각을 완전히 내어준 셈입니다.
[초등 아이와 영등포구 역사 여행 시리즈] 09 밤섬, 폭파되어 사라진 섬의 기적이 전 세계의 보물이 되기까지
2. 선유도 정수장: 만원 버스가 된 서울에 '생명수'를 공급하라!
봉우리가 사라진 널따란 섬 위에 1978년,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바로 서울 시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해 주던 '선유도 정수장'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번 배웠던 '도시화'의 역사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영등포 공장지대로 수백만 명의 사람이 몰려들면서 서울은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요. 사람이 많아지니 아파트도 필요했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이 수많은 사람이 매일 마시고 씻을 '물'이었습니다.
[초등 아이와 영등포구 역사 여행 시리즈] 01.영등포역과 공장들: '이촌향도' 꿈을 안고 모여든 사람들의 시작점
선유도 정수장은 밤낮으로 한강 물을 끌어올려 깨끗하게 걸러내고, 영등포와 강남 일대 수많은 가정으로 생명수를 보냈습니다. 차갑고 거대한 콘크리트 수조 속에서 쉴 새 없이 물이 흐르던 이곳은, 대한민국 도시화의 그늘과 갈증을 씻어주던 가장 치열하고 중요한 산업 시설이었습니다.
3. 선유도공원: 대한민국 최초의 '재활용 생태공원'이 되다
세월이 흘러 더 큰 정수장들이 생겨나면서, 2000년에 선유도 정수장은 제 역할을 다하고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보통 쓸모가 없어진 오래된 공장이나 시설은 쾅! 하고 폭파해 허물어버리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여기서 또 한 번 놀라운 아이디어를 냅니다.
"지저분하고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이것도 서울을 키워낸 우리의 소중한 역사야. 허물지 말고, 이 위에 자연의 푸른 옷을 입혀주자!"
그렇게 2002년, 대한민국 최초의 '재활용 생태공원'이 탄생했습니다. 거친 콘크리트 수조는 연꽃과 수생식물이 자라는 아름다운 정원이 되었고, 물을 가두던 기둥들은 담장덩굴이 타고 올라가는 멋진 초록 기둥으로 변신했습니다. 거칠고 차가웠던 정수장이, 자연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인간과 다시 상생하는 가장 평화로운 쉼터로 재탄생한 것이지요.
⏳ [엄마의 인문학 한 스푼] 상처 입은 자리에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초록
"거칠고 아픈 흔적도 시간이 흐르면 위대한 아름다움이 된단다."
선유도공원의 거친 콘크리트 벽면과 녹슨 철문을 본 아이들은 아름다움보다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어요.
요즘 지어지는 공원들은 처음부터 예쁜 보도 블록과 깔끔한 벤치로 채워지지만, 선유도 공원은 군데군데 이빨이 빠진 콘크리트와 거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바위산이 깎여 나가고, 차가운 정수장으로 쓰였던 '상처의 흔적'들이지요.
하지만 그 거친 콘크리트 틈새를 비집고 푸른 이끼가 돋아나고, 잎사귀들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느낄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만약 옛날의 공간이 쓸모없고 보기 싫다고 싹 없애버리고 으리으리한 건물만 지었다면, 우리는 이런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없었을 테니까요.
엄마로서 내 아이들이 내 마음의 상처나 실패의 흔적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다 보면 시험을 못 보거나, 친구와 다투거나, 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깎여 나가는 '선유봉' 같은 날이 올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아픈 흔적을 부수어 버리지 않고 가만히 다독이며 기다리면, 시간이 흐른 뒤 그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아름다운 나만의 '초록빛 정원'이 피어나길 바랍니다. 낡은 정수장 기둥을 꽉 채운 푸른 잎사귀들처럼 말이지요.
🏫 [학부모 가이드] 2022 개정 교육과정 돋보기
[4사02-02] 우리 지역의 역사적 인물이나 문화유산을 조사하고, 지역의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 👉 주주맘의 팁: 선유도공원은 영등포가 가진 가장 독창적인 '현대 환경 문화유산'입니다. 산업 시설을 지속 가능한 생태 공간으로 재창조한 세계적인 우수 사례를 우리 지역에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6사04-05] 광복 이후 인구의 이동과 도시화의 특징, 그리고 주민 생활의 변화를 탐색한다. 👉 주주맘의 팁: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유발된 인구 폭발이 시민들의 '물 부족 문제(정수장 필요성)'로 이어지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주거 환경과 삶의 질(생태공원 요구)로 가치가 변화해 가는 과정을 유기적으로 이해하는 최고의 현장입니다.
🎁 체험학습 보고서 양식 나눔
아이와 함께 선유도공원에서의 시간을 기록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제가 제작한 체험학습 보고서 양식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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