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아이와 영등포구 역사 여행 시리즈] 01.영등포역과 공장들: '이촌향도' 꿈을 안고 모여든 사람들의 시작점
안녕하세요, 주주맘입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과 예쁜 카페나 더현대, 타임스퀘어 같은 이른바 '핫플레이스'를 참 자주 찾게 되지요. 하지만 화려한 조명과 세련된 인테리어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선 그 공간이 품은 '진짜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온전히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가 사는 동네의 역사를 알고 골목에 담긴 시간의 층을 이해하는 경험은, 아이의 자존감을 탄탄하게 세우는 가장 정직한 뿌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공간의 서사를 알고 즐기는 나들이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아이의 성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첫 번째 여정으로, 우리 동네의 심장인 영등포역과 그 주변의 공장들을 걷는 시간을 제안해 봅니다.
1. 물길이 열어준 운명, 영등포(永登浦)라는 이름
영등포의 히스토리를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이름에 담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합니다. 영등포는 '길게(永) 올라가는(登) 나루터(浦)'라는 뜻을 품고 있어요.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높은 빌딩 대신 끝없이 펼쳐진 갈대숲과 드넓은 모래사장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강물이 넘실대던 척박한 땅이었지만, 한양 도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통의 요충지'였죠. 아이와 함께 지도를 펼쳐놓고 "이곳은 원래 배가 드나들던 물가였단다"라는 이야기로 탐험의 첫 페이지를 함께 넘겨보시길 추천합니다.
2. "엄마, 이촌향도가 뭐야?" : 기차 소리에 실려 온 꿈들
갈대밭을 벗어나 영등포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사건은 1899년 경인선 철도의 개통입니다. 기차가 들어오면서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인 '이촌향도(離村向都)'가 시작되었습니다.
떠날 이(離), 마을 촌(村): 정든 농촌을 떠나
향할 향(向), 도읍 도(도):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모여든 현상
당시 보따리 하나 들고 영등포역에 내린 수많은 젊은이에게 이곳은 '희망이 첫발을 내디딘 입구'였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가족들을 잘살게 하겠다"는 그 절실한 꿈들이 모여 지금의 영등포를 만들었음을 아이에게 다정하게 들려주세요.
3. 숨은 역사 찾기 미션: "여기가 원래 공장이었다고?"
제가 직접 만든 체험학습 보고서를 들고 아이와 탐정처럼 영등포 곳곳을 누벼보세요. 화려한 외관 뒤에 숨겨진 공장의 흔적들을 찾아내는 과정은 아이에게 잊지 못할 '발견의 기쁨'을 선물할 것입니다.
👕 타임스퀘어 ↔ 경성방직
지금은 화려한 쇼핑몰이지만,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 자본으로 세워진 경성방직 공장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도 일본 옷감 대신 우리 기술로 만든 '태극성' 광목을 짜내며 민족의 자부심을 지켰던 곳이죠. 광장에 홀로 남겨진 붉은 벽돌 건물(사무동)은 그 뜨거웠던 노동의 시간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 영등포 공원 ↔ OB/하이트 맥주
예전엔 영등포역 근처만 오면 고소한 보리 삶는 냄새가 진동했다고 해요.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인 영등포 공원이 예전엔 맥주를 만들던 거대한 공장이었거든요. 공원 한복판에 기념비처럼 서 있는 거대 담금솥을 보며 당시 공장의 활기를 상상해 보세요.
🥖 문래창작촌 입구 ↔ 대선제분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원통형 기둥(사일로)을 본 적 있으신가요? 이곳은 빵과 국수의 재료인 밀가루를 산더미처럼 쌓아두던 대선제분 공장입니다. 배고팠던 시절, 우리 국민의 먹거리를 든든하게 책임졌던 영등포의 '거대한 쌀독'이었답니다.
🍪 선유도역 한신아파트 ↔ 해태제과
바람이 부는 날이면 동네 아이들이 "오늘은 초콜릿 냄새가 나네!"라며 행복한 등굣길을 걸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달콤한 과자와 사탕을 만들던 이곳은 이제 사람들이 머무는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그 옆의 양평동 롯데제과: 지금도 달콤한 초콜릿 향기를 풍기며 돌아가는 이 공장은 우리 동네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입니다.)
4. [창의 활동] 내가 도시 기획자라면?
공장들이 떠난 자리에는 공원, 쇼핑몰, 예술촌 등 새로운 공간들이 채워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낡은 흔적 위에 새로운 가치를 입히는 '도시재생'입니다. 탐방의 마무리로 아이가 직접 도시 기획자가 되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지금 운영 중인 롯데제과 공장이 이사를 간다면, 너는 그 빈자리에 무엇을 만들고 싶니?"
아파트 대신 거대한 놀이터를 만들 수도, 혹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설계한 영등포의 미래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인문학적 성장이 됩니다.
[부록] 2022 개정 교육과정 연계 안내
이번 탐험은 초등학교 사회 교과과정의 '지역의 변화' 및 '경제 성장' 단원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 학년군 | 관련 단원 | 관련 성취기준 (2022 개정 교육과정 기준) | 탐방 포인트 |
| 3~4학년군 | 우리 고장의 모습 | [4사01-01]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들을 살펴보고, 고장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 영등포역, 타임스퀘어 등 주요 장소 방문 및 느낌 기록 |
| 3~4학년군 | 지역의 변화 | [4사02-02] 옛날과 오늘날의 생활 모습을 비교하여 고장의 변화상을 탐색하고 역사적 흐름을 이해한다. | 공장들의 과거와 현재 모습 비교 활동 |
| 5~6학년군 |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 [6사03-01]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특징을 산업 구조의 변화 과정과 관련지어 파악한다. | 영등포역 주변 방직, 제과, 제분 산업의 발달과 외곽 이전 과정 이해 |
| 창의적 체험활동 | 진로/자율활동 | [진로 역량] 변화하는 직업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태도를 갖는다. | '도시 기획자' 활동을 통한 공간 재생 및 미래 설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