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문학 답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정기검진 길에 마주한 역사: 양평동교회와 세브란스가 만나는 기적 같은 연결고리

 안녕하세요, 아이들의 일상에 단단한 역사적 시선과 인문학적 가치를 채워주는 주주맘입니다.

얼마 전 저는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하얗고 차가운 병원 대기실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모습을 보며 ‘건강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데요.

검사를 마치고 병원 교정을 천천히 걷다 보니, 문득 얼마 전 소개해 드렸던 우리 동네 영등포 양평동교회의 역사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공간이 대한민국 근대사의 가장 뜨거웠던 한 인물의 헌신을 통해 기적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병원의 차가운 공기를 단숨에 따뜻한 감동으로 바꾸어 준 세브란스 병원 속 숨은 역사 이야기와 양평동교회와의 특별한 만남을 압축(zip)해 전해드립니다.

세브란스 병원 전경

1.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시작: 제중원에서 세브란스로

오늘날 우리가 찾는 세브란스 병원의 뿌리는 1885년 고종 황제의 명으로 세워진 최초의 근대식 국립병원 ‘제중원(광혜원)’입니다.

초기에는 재정적 어려움과 운영의 한계가 많았지만, 미국 유학을 다녀온 에비슨(Oliver R. Avison) 박사가 병원의 운영을 맡으면서 대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에비슨 박사는 현대식 종합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미국의 대부호이자 자선가였던 루이스 헨리 세브란스(Louis H. Severance)를 만나 마음을 움직이는 제안을 합니다.

"조선이라는 가난한 나라에 수많은 이들이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한 현대식 병원이 필요합니다."

이 말에 깊은 감명을 받은 세브란스는 당시 거액인 4만 5천 달러를 흔쾌히 기부했고, 그 덕분에 1904년 남대문 밖에 대한민국 최초의 현대식 종합병원인 ‘세브란스 기념병원’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돈보다 생명을, 자신의 이름보다 나눔을 앞세웠던 한 자선가의 위대한 유산이 오늘날 신촌의 거대한 의료 대궐로 이어지게 된 것이죠.

세브란스의 어제와 오늘
제중원
세브란스 건립
민족의 아픔과 세브란스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
세브란스와 언더우드

2. 소름 돋는 연결고리: 세브란스 병원과 영등포 양평동교회가 만나는 지점

그렇다면 제가 살고 있는 영등포의 오래된 '양평동교회'와 이 거대한 '세브란스 병원'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그 중심에는 바로 대한민국의 교육과 의료의 씨앗을 뿌린 언더우드(H. G. Underwood, 원두우) 선교사 가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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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평동교회의 시작을 연 언더우드 선교사: 1900년대 초, 양평동(당시 경기도 시흥군 양평리)은 한강 변의 나루터가 있던 척박한 땅이었습니다. 이곳에 직접 발을 디디며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1906년 양평동교회의 전신인 '양평리교회'를 개척한 인물이 바로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입니다. 그는 영등포 지역 백성들의 영혼과 삶을 돌보기 위해 한강을 건너 이 땅을 찾아왔습니다.

  • 세브란스와 연희전문(연세대)을 묶어낸 언더우드 가문: 동시에 언더우드 선교사는 세브란스 병원의 에비슨 박사와 함께 힘을 합쳐, 조선의 청년들을 치료하고 교육할 종합 대학을 꿈꿨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연세대학교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의 시작이었습니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씨앗을 뿌리고, 세브란스의 기부로 세워진 병원이 하나로 묶여 오늘날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의료원'이 완성된 것입니다.

  • 시대를 관통하는 선한 영향력: 결국 제가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앉아 있던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대기실과, 우리 동네 한편에서 1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웃들을 보듬어 안았던 양평동교회의 붉은 벽돌은 모두 "조선과 그 백성들을 사랑했던 언더우드 선교사의 발걸음"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 나온 줄기였던 셈입니다.

3. 엄마표 역사 인문학: 아이와 병원 길에 나누는 눈높이 대화법

병원은 무섭고 찌푸리는 공간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약속이 이어져 온 곳임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인문학 스토리텔링입니다.

💡 주주맘의 눈높이 스토리텔링 : "주주야, 이 병원의 이름이 왜 '세브란스'인지 아니? 아주 오랜 옛날, 우리나라가 너무 가난해서 아파도 약 한 봉지 못 먹던 시절이 있었어. 그때 미국에 살던 '세브란스'라는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가 '얼굴도 모르는 조선의 아이들과 아픈 사람들을 위해 써주세요' 하고 자기가 열심히 모은 엄청나게 큰돈을 선물해 주셨단다. 그리고 우리가 저번에 이야기했던 우리 동네 양평동교회를 처음 세워주신 '언더우드' 선교사님도 힘을 합쳐서 의사 선생님들을 키워내셨어. 한강 너머 작은 동네를 돌보던 따뜻한 마음과, 이 커다란 병원을 세운 사랑이 결국 똑같은 하나의 마음에서 시작된 거지. 선한 마음이 모여 만든 이 병원 덕분에 오늘 엄마도 건강하게 검진을 잘 받을 수 있었던 거란다."

4. 결론: 일상 속 모든 공간이 역사와 만나는 기적

단순히 주기를 채우기 위해 다녀오는 정기검진 길이었지만, 공간이 가진 역사적 맥락을 짚어내고 나니 병원을 나서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고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서 있는 삶의 터전인 영등포 양평동의 작은 역사적 흔적이, 신촌의 거대한 세브란스 병원이라는 현대적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은 일상을 더욱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 줍니다.

혹시 이웃님들도 세브란스 병원에 가실 일이 있다면, 단순히 무서운 병원 빌딩으로만 보지 마시고 120년 전 이 척박한 땅에 생명과 교육의 빛을 선물하기 위해 한강을 건너고 태평양을 건넜던 푸른 눈의 선교사들과 자선가들의 위대한 연대를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이상, 일상 속 숨은 기적을 찾아 배달하는 주주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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